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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옛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을까?

by 류군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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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 가까운 이웃 먼 친척보다 낫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 십 년 공부 아미타불

되는 집은 가지 나무에 수박 열린다 /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 빛 좋은 개살구

 

수많은 속담에는 상충하는 의미가 있는 속담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속담의 적은 속담이라고 속적속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나이가 드니 옛말에 틀린 거 하나 없다.’라는 어른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같은 가격에 디자인이 좋은 상품을 본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인 것 같고 오랜 여행으로 집이 그리울 땐 집 나가면 개고생인 것 같다. 이러한 경험들은 역시 옛말은 틀린 게 없고 경험이 쌓이고 쌓인 결과이자 관록의 상징인 것만 같다. 그렇다면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는 걸까.

오랜 고민을 해봤지만, 옛말은 틀릴 수 없는 것 같다. 속담과 고사성어 등등을 포함한 옛말은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심오한 문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가 삶은 돼지고기는 끓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속담인데 한 번 겪은 일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심오한 철학을 우리의 삶에 밀접한 돼지고기로 비유한 아름다운 문장이라 생각한다.

각각이 가진 심오한 철학 때문도 있지만, 우리가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고 말하는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옛말은 틀릴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옛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옛말을 떠올리며 그래. 옛말에 틀린 게 하나 없어.’라고 중얼거린다. 경험의 보고이자 관록의 상징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보고 교훈 삼아 안 좋은 일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지난 일을 회상할 때 경험의 보고이자 관록의 상징을 가져와 끼워 맞추고 있다. 그저 후회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꼰대어 중에 내가 그럴 줄 알았다!’가 있다. 저 말이 싫은 이유는 알았으면 진작 말해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조언이나 격언은 어떤 일이 하기 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상충하는 내용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옛말이 모순덩어리인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말이 준비된 셈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후회하면서 옛말을 상황에 끼워 맞춘다면 옛말은 틀릴 수 없다. 수많은 옛말 가운데에서 내 주관대로 고르고 골라 지침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이 일어난 다음에 옛말에 끼워 맞춘다면 옛말은 절대 틀릴 수 없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옛말을 활용해서 옛말이 틀리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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