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이 말과 마주한다.
지인에게, 친구에게, 자녀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수많은 조언을 해도 심하게는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흘려버리는 상대를 보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포기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저 말을 믿어왔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변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이며
그 사람들이 특별한 것이라고 여겨왔다.
변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바뀐다.’, ‘변한다.’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생각해보건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누구나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
근데 왜 사람들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저 말들에 생략된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내 생각대로)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내 생각대로) 바뀌지 않는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약간의 과장을 더 한다면 한 달 전의 나, 일주일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르다.
그런데도 앞의 저 말이 공감을 사는 이유는 ‘내 생각대로’ 상대방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테스형’은 영웅 테세우스에게 처치되는 수많은 악당 중 하나인데,
본인의 이름보다 침대로 유명한 인물이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을 자신의 침대와 비교해
손님이 침대보다 작으면 팔다리를 잡아 늘여 침대에 맞추고
손님이 침대보다 크면 발목을 잘라 침대에 맞추는 괴인이다.
이 괴인의 침대는 자기 생각에 맞춰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를 상징하게 되었다.
쉽게 정리하자면 극단적인 형태의 ‘답정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프로크루스테스가 자신의 침대에 손님들을 맞춘 것처럼
자신의 기준에 다른 사람을 맞추려 노력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말이라 생각된다.
사람은 분명 바뀌고 변화한다.
천천히 흘러가듯 바뀌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한다.
다만 바뀌고 변화하려면 본인이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변화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같은 새해 단골 다짐을 이뤄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주위에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있는가?
아마 금연, 금주 등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결심하고 이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타인의 조언이나 잔소리 등의 영향을 받은 사람도 있고 안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람은 본인이 바뀌고 싶다고 변화하고 싶다고 생각해야만 바뀌고 변화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아끼는 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게 보이면
조언해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 나만의 ‘침대’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상대방의 ‘침대’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내 생각대로’ 상대를 바꾸려면
내 조언이 상대방의 기준에 맞거나
상대방이 기준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애정이 없으면 이런 말도 안 해”라는 말로 포장해
자신의 ‘침대’에 상대방을 맞추기 전에
자신의 ‘침대’에 튀어나온 곳이나 뾰족한 것은 없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내 조언을 듣지 않는 상대방을 탓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이끄는 방향은 옳은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옳다면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내 침대에 상대방을 안 눕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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