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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꽃들의 화려한 전쟁, 화투

by 류군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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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말이 참 예뻐요.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영화 [타짜], 정마담

 

12종류 48장으로 이뤄진

놀이딱지이자 카드놀이 패인 '화투'​​

조선 후기에 한반도에 들어와 변형되어

우리나라의 국민 게임이 되었다.

사실상 윷놀이보다

명절에 많이 즐기는 게임이며,

고스톱, 도리짓고 땡, 섰다, 육백, 맞고 등등

여러 게임들을 할 수 있는 카드놀이 패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카드게임 중

가장 사기도박이 많은 카드게임이기도 한데

트럼프 카드에 비해 작은 패 크기는

숨기거나 바꿔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영화 [타짜]에서 이를 계기로

몸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화투는 익히 알고 있듯이

일본에서 유래된 게임이다.

16세기 후반, 일본은

포르투갈과 대대적인 무역을 시작했는데,

포르투칼 선교사가 가져온

라틴식 플레잉 카드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완전 다른 그림을 그려

사용한 것이 지금의 화투이다.

지금도 쓰이는 '동양화 감상한다.'

말이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화투는 총 4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추가 패를 넣어 50장으로 게임하곤 한다.

48장의 패는 1월부터 12월로 분류되어 있으며,

각 달의 모든 패에는

기본적으로 그 달을

상징하는 식물이 그려져 있다.

'', '열끗' 혹은 '멍텅구리', ''라는

3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일본에서 유래된 것답게

일본 문화가 전반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화투 패에는

, , , , 를 사용하는

일본의 화투와 달리

, , , 를 사용해

많은 색이 단순화되어

각 월들이 표현하는 식물들이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한 일본 화투와 달리

각 광들에 '' 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쉽게 생산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검정색으로 칠하면서

본래의 표현들과 멀어진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1월은 송학, 마츠라 불리며

두루미, 소나무, 해로 표현된다.

일본의 귀족이자 가인인

'미나모토노아소미 무네유키'가 읊은

고전 시에서 따와 음력을 사용하면

1월 중 입춘이 있기 때문에

소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常磐なる松のみどりも春くれば今ひとしほの色まさりけり
변치 않는 솔의 푸름도
봄 오니까 이제 더욱 짙어지네.
[고금화가집]에 실린 무네유키의 시

 

 

소나무를 일본어로 마츠(まつ),

두루미를 일본어로 츠루(つる)인데

서로 뒤와 앞의 음절이 같아서

이것을 고려해서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본의 새해가 되면

집 앞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소나무를 장식하는

'카도마츠'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2월은 매조, 우메라 불리며

휘파람새, 매화, 구름로 표현되었다.

송학과 비슷하게도

기노아소미 츠라유키의 고전시에서

비롯되어 매화와 휘파람새를 그렸다고 한다.

 

鶯の鳴音はしるき梅の花色まがえとや雪の降るらん
휘파람새의 울음소리는 매화 빛과
뒤섞여버린 눈 내림 때뿐이라네.
[속후습유화가집]에 실린 츠라유키의 시

 

 

한중일 모든 곳에서 매화는

휘파람새와 함께 표현되곤 하는데

모두 같은 설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있었는데,
아내와 사별한 슬픔에 빠져
도자기를 만드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내가 죽은 무덤엔 매화가 피었는데,
어느 날 도공의 기척이 없어
마을사람들이 도공의 집에 가보니,
도공은 없고
아름다운 도자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도자기 속에서 휘파람새가 나와
매화가지에 앉아 슬피 우니,
아내를 그리워하던 도공의 넋이
휘파람새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매화와 휘파람새의 전설

 


 

 

3월은 벚꽃, 사쿠라라 불리며

벚꽃과 가게 앞에 걸려 있는

벚꽃 무늬 장막이 표현되었다.

벚꽃의 경우 일본에서 도호쿠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3월에 개화하기 때문에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4월은 흑싸리, 싸리, 후지라 불리며

두견새와 등나무, 붉은 초승달를 표현한다.

본래는 등나무의 잎이나 꽃이

축 늘어진 모습을 본뜬 것인데,

한국 화투에서 연보라색이 빠져

검정색으로 보이다보니

흑싸리, 싸리로 불리게 되었다.

4월에 등나무가 배치된 것은

역시 고전 시의 영향으로

음력 4월의 이른 여름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わが 宿の 池の 藤波咲きにけり 山郭公 いつかき鳴(な)かむ
내 묵는 곳 못의 등나무꽃
물결 피어 일렁이는데

두견새 언제 와서 울려나
[고금화가집]의 여름 노래 중 하나

 

 


 

 

5월은 난초, 아야매라 불리며

제비붓꽃과 야츠하시(일본식 다리)를 표현한다.

'미카와'라는 도시의 야츠하시가

5월에 완성되었고,

다리를 완성한 여인이 죽어

붗꽃이 되었다는 전설을 반영한 것이다.

이 역시 고전 시의 영향을 받았는데

아리와라노아소미 나리히라가

읊은 시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唐衣 着つつなれにし 妻しあれば はるばる 來ぬる 旅をしぞ 思ふ
중국 옷 껴입듯 익숙한 아내를 두고
이 아름다운 꽃을 보니

멀리 떠나온 여정이 사무치도다.
[고금화가집], 권9에 나온 나리히라의 시

 

 


 

6월은 모란, 목단, 보탄이라 불리며

모란꽃과 나비로 표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향기 없는 꽃이라 하여

나비와 함께 그리지 않지만,

일본에서 온 화투답게

나비와 모란꽃을 함께 그렸다.

한국, 일본에서 모두 6월에 피는 꽃이기 때문에

6월로 모란이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7월은 홍싸리, 칠싸리, 하기라 불린다.

싸리와 멧돼지로 표현된다.

흑싸리라 오해되는 4월과 다르게

7월은 진짜 싸리이다.

가을에 나는 싸리와

7월의 대표적인 사냥감 멧돼지로

일본의 수렵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된다.

 

 


 

8월은 공산, 스스키라 불리며,

억새풀로 뒤덮인 들판과 기러기,

추석의 보름달로 표현한다.

4월과 마찬가지로 녹색이 빠지면서

억새 무늬가 사라지면서

검정 언덕처럼 되어버렸고,

비어있는 산, 공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음력 815일 추석이 있는 달 답게

보름달이 표현되어 있으며,

8월의 광은 단순하면서

자연스러운 도안 덕분에

화투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9월은 국진, 국화, 기쿠라 불리며

국화와 목숨 수

쓰여진 술잔으로 표현된다.

음력 99일에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중앙절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 쓰여진 '열끗',  '멍텅구리'

우리나라에서는 쌍피로

일본에서는 광보다 더 중요한 패

활용되는 핵심기물로 활용된다.

 

 


 

10월은 단풍, , 모미지라 불리며

단풍잎과 사슴으로 표현된다.

가을의 중심에 있는

10월답게 단풍으로 표현했으며

사슴이 정면을 보지 않는 것에서

'무시하다'(しかとする)라는

속어가 나오기도 했다.

 

 


 

11월은 똥, 오동, 기리(오동나무)라 불리며

오동나무와 봉황새로 표현된다.

4, 8월과 마찬가지로

녹색과 연보라색이 빠지면서

검정 덩어리가 되어

똥이라 불리는 슬픈 취급을 받게 되었다.

또한, 광에 그려진 봉황새 역시

벼슬 덕분에 닭으로 오해되면서

슬픈 취급이 가중되었다.

사실은 '봉황은 벽오동나무에만 앉는다.'

전설이 반영된 것이다.

 

 


 

12월은 , 야나기라 불리며

버드나무와 제비,

'오노노 미치카제'로 표현된다.

광의 인물이 우산을 들고 있기 때문에

''라고 흔히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 헤이안 시대의 서예가인

'오노노 미치카제'

아무리 서예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개구리가 필사적으로 몸부림 친 끝에

버드나무에 오르는 광경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12월의 쌍피는 까맣게 가려져 있지만,

'라쇼몽'이라는 저승으로 가는 문이다.

번개가 떨어지고 라이진(뇌신)의 북과

그것을 주우려는 오니의 손이 그려져 있다.

양산형으로 만들기 위해

빠진 색깔들이 아쉬운 부분이다.


 

11월의 오동나무,

12월의 제비와 버드나무, 개구리

모두 봄을 상징하지만

일본 내에서 발전하는 과정에서

포르투칼의 카르타가 40장짜리였기 때문에

11, 12월은 겨울이기에

대부분의 식물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카드의 킹, , 잭 자리를

버드나무와 오동나무로

끼워넣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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