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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사건

[사건] 1992년 10월 28일 결전의 날, 휴거

by 류군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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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한 세기의 끝 무렵을 말하는 말이다.
원래 19세기말을 가리키는 말로 시작된 이 말은
미래관을 세기의 종점에 맞춰

불안감을 드러내는 말이 되었다.
특히 1천년의 주기가 바뀌는 2000년에는

많은 사람이 종말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Y2K라 불리는

밀레니엄 버그 등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으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사이비종교와

유사 과학이 날뛰기 시작했다.


 

많은 사이비 혹은 신흥종교들이

탄생하던 90년대에
오늘의 주인공 다미선교회 역시 등장했다.
80년대 후반 출판한 이장림의

저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에서 이름을 따와
다미선교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교회는
불안감이 넘치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많은 사람이 믿게 되었다.

 

 

1999년,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올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종말론자인 이장림 목사가 주도하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요한묵시록(요한계시록)을 근거로

24시에 휴거가 일어난다는 주장으로

신자들을 모았다.
다미선교회는 청소년들을 활용하여

거짓 예언자로 활용시키고
나름의 계산을 통해

'1992년 10월 28일에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휴거는 '예수가 재림하여 공중에 임할 때

선택받은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가 그와 만난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묵시록에 기록된

종말, 세상의 혼란, 심판 전에
믿음이 좋은 신도 일부를

공중으로 올려 고통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교리의 일부로 믿는

개신교 교파들 역시 다수 있다고 한다.


 

80년대 후반부터 명동이나 서울역 등

주요 거리에서 길거리 전도를 시작한
다미선교회는 90~9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로 부상했고
시한부 종말론을 다룬

종교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KBS 사랑방 중계, MBC PD수첩 등에서
다미선교회와 시한부 종말론을

다루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다미선교회는 이를 본격적인
포교의 기회로 삼아 상당수의 신도를

교회로 이끌었다.
월급 300만원이면 돈 잘 번다는 소리를

듣던 시기에 무려 34억원을 걷어드렸다.
2020년 화폐 가치로 75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하는데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미선교회의 활약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는데
다른 평범한 개신교 교회들도

휴거 책자가 유행하기도 하고
학업이나 생업을 그만두고

재산을 교회에 바치는 일도 일어났다.

 

▶ 전남 강진의 한 여고생은
부모가 다미선교회에 못 나가게 막자 음독자살

▶ 부산의 한 시민은 부동산 1억원을
매각해 그 돈을 교회에 헌금

▶ 전북 완주의 어린이를 포함한 신도 10명은
91년 10월부터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기도원 생활

▶ 임산부가 휴거하기 쉽게
몸이 가벼워지겠다며 의사의 만류에도 낙태

▶ 서울의 30대 주부는 아들을 데리고
경남에서 선교하겠다며 가출

▶ 그 외 경찰이 확인한 종말론의 피해는
100여건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의 일부

 


 

우여곡절 끝에 1992년 10월 28일이 찾아오고,

TV 방송국과 외신기자들까지 취재에 나선
다미선교회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이 출동했고
가족과 친구, 애인을 찾으러 온 사람들,

구경꾼들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다미선교회의 신도들은 '승천보가'이라는

흰색 옷을 입고 열정적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예고했던 24시가 찾아오고,

당연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도들은 멍하니 정적에 빠졌고,

몇몇 분노한 신도들에 의해

일부 목사들이 두들겨 맞는 일이 일어났다.


 

이들은 하늘나라가 아닌 집으로 돌아갔으며...
당시를 취재했던 한 기자

 

'휴거의 기적을 기다렸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휴거는 없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등으로
일제히 보도된 휴거 소동의 마무리는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휴거가 올 것이라 믿었던 신도들은

허탈감과 후유증만 남긴 채
대다수가 일상생활로 복귀했고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하는 가정도 많았다.


 

휴거 소동이 끝난 뒤 다미선교회는

11월 2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헌금반환 신청을 11월 10일까지

받기로 하면서 해체되었다.
해체 당시 8천명의 신도 정도,

보관된 헌금 액수가 약 25억 정도였다고 한다.


 

다미선교회의 목사인 이장림은 기독교 서적을

전문적으로 번역·출간하는 번역가였다.
종말론자로서 다미선교회를 이끌었던

이장림은 휴거가 일어나기 전인
9월 24일에

사기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신도들의 자발적인 헌납이라 주장했지만, 
휴거 이후인 1993년 5월 22일에

만기 되는 환매채가 발견되어
사기로 판단되었고 항소를 거쳐

징역 1년 26,000달러 몰수형이 선고되었다.
휴거가 일어나지 않자

"여러분, 휴거는 불발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2011년에 이장림은

이그노벨상 수학상 부문에 
'세계 정말 시기를 주장한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공동수상 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에서 제정한 상으로
지난 50년 동안 인류 마지막 날을

매번 틀리게 예측해온 종말론자들에게
'수학적 추정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수여되었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라]라는 책 한권에서

시작된 휴거 소동은
사람들의 불안함을 파고들어

기독교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 사건이다.
종말론은 여전히 등장하고 있지만,

세상은 보란 듯이 잘 흘러가고 있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헌법이 존중하듯

본인의 선택이지만
늘 그렇듯 역사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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